가격 좋고, 위치 완벽하고, 부대시설 탁월하고, 유닛 내부가 너무 마음에 든다. 계약만 가능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계약이 성사되기까지 수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고 굉장히 피곤한 여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모든 세입자가 알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약속하는 것에서 나아가 법적인 조항들로 서로 묶이게 되는 일이므로 임대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나쁠 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자.
1. 렌트 자격 셀프 진단
우선 첫 번째 단계로, 내가 과연 현실적으로 이사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점검해 보자. 이사를 원하는 이유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렌트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언제나 동일하다. 마음에 드는 유닛이 나타나 집주인 측과 협상하는 것은 나중의 일이고,
내가 우선 기본적인 조건이 충족되는 사람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냉정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자격이 되지 않아 오퍼를 넣을 때마다
거절되고 결국엔 이사를 못 하게 되는 것보다 백번 천번 낫다.
우선 학생의 경우 필요한 서류가 직장인들에 비해 간단하다. 신분증과 더불어 학교 재학증명서(혹은 입학허가서)가 필수이며
유학생들에게는 학생 비자 사본도 요구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선납이다. 수입이 없는 학생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계약금과 더불어
몇 달 치 월세를 미리 자발적으로 선납하는 것이 관례이다. 집주인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세입자가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것임으로 합법이며,
어떻게 보면 충분히 합리적이다. 수입이 없는 사람에게 세를 준다는 것이 오히려 말이 안 되지 않은가? 만약 내가 학생이고,
약 6개월 치의 월세를 선납할 수 있다면 우선은 통과다. 만약 여건상 힘들 경우에는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거나,
같이 나눠서 부담해 줄 수 있는 룸메이트를 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입이 있는 보증인 (Guarantor)을 세우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집주인 측에서 선호하지 않기도 하고, 내가 안 해도 누군가는 선납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경우, 기본적인 서류와 더불어 소득이 명시된 재직증명서 (Employment Letter), 최근에 받은 월급명세서, 그리고 신용평가서(Credit Report)가 필수이다.
상황에 따라서 재직증명서가 있으면 월급명세서는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집주인이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
집주인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경험상 세후 월 소득이 월세의 약 2배 이상은 되어야 한다. 여기서 되어야 한다는건 결국에 내가 오퍼를 넣었을 때
집주인이 수락하는 일반적인 기준이다. 당연히 집주인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누군 2배 정도만 되어도 괜찮다고 하고,
누구는 3배는 되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수년간의 경험상 만약 월 소득이 2배 미만일 경우 계약이 잘 성사가 되지 않았던 적이 많다.
이럴 경우 역시나 자발적으로 몇 달 치 월세를 선납하겠다고 하거나, 직장인 룸메이트를 구해 총소득을 상승시켜 계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위와 같은 자격 조건이 모두 충족이 되었다면, 전쟁터와 같은 토론토 렌트 시장에 참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래도 쉽지는 않겠지만, 첫 커트라인은 넘은 셈이다. 이제 경쟁에서 승리하는 일만 남았다. 이후 과정은 리얼터에게 맡겨보자.
2. 이사 갈 집은 언제부터 알아봐야 하는가? The 40 Days Rule.
이사를 결정했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현재 집주인에게 공지하는 것이다. 이사 갈 집 입주 60일 전까지 집주인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60 Days Notice).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이사 갈 집이 정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우선 집주인에게 Notice부터 주도록 하자.
노티스를 주었다면 바로 중개인에게 연락하지 말고, 우선 천천히 시장 공부와 구비 서류부터 준비하자. 내가 희망하는 지역이 어딘지,
그 지역 안에는 어떤 콘도 유닛들이 있으며 시세는 어떻게 되는지 대략적으로라도 알아보면 도움이 많이 된다.
참조할 수 있는 사이트는 realtor.ca, housesigma.com 등 굉장히 많다.
필요 서류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후, 중개인에게는 희망 입주일 40일전 쯤에 연락하도록 하자. 현재 GTA의 경우 매우 많은 콘도 유닛이 존재하는데,
시기를 막론하고 많은 수의 유닛들이 공실이다 (Vacant). 비어있지 않다면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거주 중인 상태로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되는데,
높은 확률로 오늘부터 1달 이내로 입주를 원할 것이다. 따라서 예를 들어 7월 1일 입주를 희망할 경우 4월 중에는 7월 입주 매물이 아직 시장에 거의 없는 것이다.
최소 5월 1일은 넘겨야 7월 1일 입주 매물들이 한두 개씩 나오고, 경험상 가장 최적의 시기는 5월 말이다. 이것이 바로 40 Days Rule이고,
그때부터 쇼잉을 다니면 가장 많은 수의 유닛을 볼 수 있으니, 선택의 폭이 굉장히 넓어진다. 괜히 60일 전부터 중개인에게 연락하여
몇 개 안 되는 유닛들을 둘러보며 마음에 썩 들지 않는 유닛을 계약한다거나 서로 힘 빼는 일은 하지 않도록 하자.
40 Days Rule을 적용하여 7월 1일 입주일 경우 5월 20일 정도부터, 7월 15일 입주의 경우 6월 5일 정도부터 매물들을 보러 다니면 충분하다고 결론지을 수 있겠다.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 중개인을 믿고 시장을 믿자. 수년간 한 번도 이 법칙이 깨진 적은 없다.
3. 추가적인 보증금 (Deposit)이나 환불 가능한 추가 비용은 어떤게 발생하는지 알아보자.
아파트나 콘도 유닛을 렌트할 때 발생하는 일반적인 계약금 (첫 달과 마지막 달 렌트비)를 제외하고 추가적인 보증금이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앞서 말한 렌트비 선납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계약금을 제외하고 추가로 4개월 치를 더 선납하는 것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선납금은 입주 날 수표(Bank Draft)로 지불하게 된다. 따라서 입주 날에 맞춰 이러한 목돈이 잘 준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유학생의 경우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해외 송금을 통해 선납금을 마련한다면
충분한 여유를 두고 미리 송금이 완료되어야 일정에 차질이 없을 것이다.
흔히 발생하는 다른 종류의 보증금의 경우 대부분 환불할 수 있는 Security Deposit의 형태를 띠고 있을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로는 열쇠 반환에 대한 Key Deposit과 가끔 발생하는 파손/청소 보증금 (Damage/Cleaning Deposit)이다.
후자의 경우 집주인 측에서 세입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보통은 오퍼 협상 과정에서 서로 합의하에 관련 조항을 계약서에 넣게 된다.
콘도 유닛이 굉장히 신축이거나, 부촌에 있거나, 오퍼를 제출한 세입자의 나이가 어려서 유닛 파손이나 퇴거 청소 미발생의 우려가 될 시에
집주인들이 이러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경우가 있다.
4. 유닛에 포함된 유틸리티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아파트나 콘도, 타운하우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틸리티 비용으로는 수도세과 전기세, 그리고 난방비가 있다.
계약하기 전 내가 오퍼를 넣는 유닛은 이 중 어떠한 유틸리티가 렌트비에 포함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중개인에게 물어보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임으로 꼭 물어보고 또한 계약서에도 필수적으로 명시되기 때문에 서명하면서 다시한번 확인하도록 하자.
콘도가 신축일수록 3가지 유틸리티 비용 (수도, 전기, 난방)이 전부 미포함일 가능성이 높고, 오래된 콘도일수록 포함 사항이 많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일반적으로 혼자 사는 1베드 유닛의 경우 만약 3가지가 전부 포함되지 않았을 경우 월 약 $100 정도의 유틸리티 비용을 예상하면 된다.
당연히 사용량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본인이 회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인지, 아니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사람인지
한번 생각해 보고 알맞게 콘도를 선택하면 될 것이다.
5. 첫 계약 기간 이후 연장할 때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콘도 유닛의 첫 렌트 기간은 1년이다. 1년 동안은 집주인도, 세입자도 마음대로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
할 순 있지만,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
만약 세입자와 집주인의 사이에 문제가 없다면, 첫 계약기간 이후 연장하는 과정이 수월할 것이다. 주택 임대법(Residential Tenancies Act)에 따라
첫 1년의 임대 기간이 지나면 세입자는 자동으로 Month-to-Month (다달이 렌트비를 내는)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내용이 계약서에 조항으로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 계약 기간이 완료되기 2달 전에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계약 기간 후 이사를 나갈 것인지, 계속 거주할 것인지 물어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만약 세입자가 Month-to-Month로 계속 거주할 경우, 세입자는 첫 렌트 기간 중 12개월째에 해당하는 달부터 다시금 월세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입자는 처음에 입주할 때 계약금으로 마지막 달 치를 미리 지불했다고 생각하고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할 수 있지만,
마지막 달 치는 나중에 이사 나갈 때 마지막 달 렌트비로 쓰여야 하므로 계속 거주하게 된다면 해당 월부터 다시 내야 하는 것이다.
보통은 Post Dated Cheque를 새롭게 써서 집주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요즘에는 E-Transfer 방식으로 월세를 내는 경우도 많아지는 추세다.
6. 렌트비 인상은 법적으로 제한이 있는가?
이 부분은 굉장히 간단하지만, 많은 세입자가 확실히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렌트비 인상은 매해 바뀌지만, 보통은 1%~2% 내외로 책정된다.
또한 집주인은 법적으로 1년에 한 번 인상할 수 있고, 세입자에게 인상하기 90일 전에 공지해야 한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90일 노티스와는 별개로 세입자는 본인이 매월 렌트비를 내는 날짜까지는 현재 렌트비로 지불할 권리를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세입자가 매월 15일 렌트비를 내고 있고, 집주인이 렌트비 인상 노티스를 같은 달 20일 세입자에게 보내었다면,
90일 기간을 적용해서 인상된 렌트비를 석 달 후 20일부터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입자는 이미 해당 월 15일에 현재 렌트비를 지급했을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그다음 달 15일부터 인상된 렌트비로 받게 된다. 이 부분을 문의하시는 분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한 번 더 설명하자면,
예를 들어 세입자가 5월 15일 렌트비를 내었고 집주인이 렌트비 인상 노티스를 5월 20일 보내었다면,
집주인은 인상된 렌트비를 5월 20일 + 3개월 = 8월 20일이 아닌 그다음 달인 9월 15일부터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세입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숙지한 후,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하자.
둘째로, 세입자에겐 아쉬운 부분이지만 2018년 이후에 완공된 신축 콘도는 위와 같은 렌트비 인상 상한선 (약 1~2%) 제한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 렌트비 인상 상한선이 없는 것이다. 첫 계약 기간이 지나면 집주인은 원하는 만큼 마음대로 렌트비를 인상할 수 있으며,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세입자를 납득시킬 의무도 없다.
따라서 신축 콘도를 쇼잉할 때는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계약 기간 첫 1년 이후에는 큰 폭의 렌트비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하고
오퍼를 작성하도록 하자. 기준이 2018년이지만 이미 5년 전이기 때문에 관심 가는 콘도가 이에 해당하는지 외관상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꼭 중개인에게 문의하여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7. 유닛 내 발생하는 하자 및 유지보수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살다 보면 유닛 내 가전제품이나 바닥, 타일, 벽, 천장 등 여러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토론토 콘도는 수리 비용이 많이 들기로 유명한데,
하자가 발생할 때마다 세입자가 수리비용을 전부 부담하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임대 계약서 안에는 이러한 수리에 관한 조항이 들어가게 되며,
수리 비용에 얼마까지 세입자가 부담하는지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모든 수리에 첫 $50~100 정도 세입자가 부담하고
나머지를 집주인이 지불하는 형식의 조항이 들어가게 된다. 물론 Normal Wear & Tear, 혹은 정상적인 마모에 의한 수리가 아닌
세입자의 100% 책임으로 인한 데미지가 발생했을 경우 세입자가 수리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할 것이다.